"싱가포르 인이어 모니터 회사 AAW가 드디어 끝판왕 레벨에 도달했다. 넓게 펼쳐지는 소리의 카나리에서 진화하여 더 넓고 자연스러운 완성형 소리를 만들어냈다. 카나리 프로는 수집보다 정착에 어울리는 하이엔드 이어폰이 될 것이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드디어, AAW도 끝판왕 레벨의 이어폰에 도전합니다. 사실 이미 달성된 목표이지만 아직 AAW를 모르는 분도 있을 터이니 '도전한다'고 해둡시다. 그동안 이 인이어 모니터(IEM) 회사의 제품들을 다수 리뷰했고 한 개는 직접 구입하기도 했는데요. (AXH) 그 중에서도 카나리(Canary)는 드넓은 수평선을 펼치는 듯한 소리로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카나리 프로(Canary Pro)'의 출시 소식이 들리는 순간 '허헛, AAW가 드디어 하이퍼 단계로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년 중반에 리뷰했던 카나리입니다."
"지금, 2024년 1월초에 리뷰하는 카나리 프로입니다."
카나리 프로는 채널당 4개의 정전형 트위터, 8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2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한 14 드라이버 이어폰입니다. 5-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통해서 고음, 중음, 저음을 세밀히 나눠 재생하는 것인데, 드라이버 배치를 보면 가장 넓은 부분을 BA 드라이버로 재생하며 초고음과 초저음의 확장에 정전형 트위터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쓰는 모양새입니다.
가격은... 할인 받으면 300만원 정도가 될 예정이라서 다른 IEM 회사들의 400~500만원대 끝판왕 모델보다는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도 살짝 듭니다. 네, 300만원짜리 이어폰을 보면서 '뭐, 아주 비싸지는 않네!'라고 생각하는 게 'IEM 월드'의 풍습 되겠습니다. (-_-)
더 확실한 착용을 위한 디자인
그러면 IEM 월드의 기준으로 생각할 때 AAW 카나리 프로가 얼마나 고급진 물건인지 살펴봅시다. 일단 박스의 아트워크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사온 선물 세트 같습니다. 밝고 화려한 색상의 멋진 일러스트가 싱가포르의 주요 상징과 건물을 보여주며, 가장 크게 나온 것은 역시 카나리 새입니다. 그림 좌우 끝부분에 이어폰 케이블과 유닛 분해도가 있는 것도 재미있군요. AAW가 싱가포르의 IEM 회사임을 알리면서 카나리의 생태적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스 안에는 이어폰 본체 한 쌍과 함께 파랑색의 가죽 케이스와 다수의 이어팁이 들어 있습니다. 케이스는 예전에 할시온(Halcyon)에서 보았던 그 제품인데요. 좋은 감촉의 가죽 소재이며 상단에 교차 패턴을 넣어서 수공예품의 멋을 풍깁니다. 지퍼로 간단히 열고 닫는 방식이고 내부 공간이 넉넉하며 안감이 부드러워서 이어폰의 보호와 수납에 충실한 케이스입니다.
이어팁은 총 세 가지가 있는데, 고음이 선명해지는 실리콘 이어팁(Treble tips), 중.저음이 포근해지는 검정색 폼팁(Foam tips), 적당히 균형을 잡아주는 스핀핏 이어팁(SpinFit)으로 구성됩니다. 모든 이어팁을 한 번씩 장착하고 청취해보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소리를 찾아봅시다.
제가 듣기에 실리콘 이어팁은 고음이 밝고 샤프하게 되며 중.저음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폼팁은 고음이 조금 약해지고 중.저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스핀핏 이어팁은 고.중.저음 균형이 아주 좋게 되는데 실리콘 이어팁보다는 소리 밀도가 조금 낮습니다. 저는 카나리 프로가 지닌 굉장한 소리 해상도와 밸런스를 그대로 드러내는 게 스핀핏 이어팁이라고 생각해서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동안 AAW 이어폰들은 노즐이 짧다는 평이 많았고 저도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카나리 프로부터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쉘 자체가 길쭉해졌으며 노즐이 구부러진 원통형으로 생겨서 외이도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착용할 수 있으며 소음 차단력도 향상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팁의 선택도 다양해집니다. 더 작은 이어팁을 끼워서 노즐을 깊이 밀어넣거나, 더 큰 이어팁으로 귓구멍에 적당히 끼울 수도 있습니다. 두 방법 모두 소리 차이가 상당하니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제 의견을 드린다면, 작은 이어팁으로 깊이 착용하면 손가락 끝으로 귀를 막고 듣는 듯한 갑갑함이 있었습니다. 소리의 개방감을 위해서 더 큰 이어팁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이 제품은 드라이버가 많이 들어 있어서 기본 몸집도 큰 편입니다. 그래서 귀에 착용하면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가 귀 밖으로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어팁만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찾는다면 편하게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습니다.
카나리 프로의 기본 케이블은 현재 미출시 신제품인 'Lune MK VIII'이라고 합니다. 한글 표기는 '룬 마크 8'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하얀 은빛의 선재와 가벼운 무게로 생활 속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케이블입니다. 다른 회사의 400~500만원대 이어폰에 들어가는 굵고 화려한 케이블과 비교하면 확실히 수수하지만... 이 케이블 덕분에 카나리 프로의 가격 부담이 그나마 줄어들었음을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입니다. 이 정도 등급의 이어폰을 수집하는 분들은 IEM 케이블도 고가 품목을 보유하실 터이니 문제는 없겠지요. 그러나 룬 마크 8의 능력치가 낮은 편도 아니라서 그대로 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카나리 프로는 독점적인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독특한 빛깔의 베이스 레이어에 은빛의 비늘 같은 장식을 더한 모습인데요. 이 부분은 자연산 진주라고 합니다. 그냥 봐도 아름답고, 마치 보석을 감상하듯 빛의 각도를 달리하면서 봐도 아름답습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