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그러면 이제부터 ZE8000 MK2의 소리를 들어봅시다. 아! 그 전에 먼저 챙겨야죠? 파이널 앱에서 '8K Sound+'를 냉큼 켜주세요!
8K Sound+는 체감 변화가 크지는 않으나 소리 디테일 묘사가 더욱 향상됩니다. 이 제품의 주특기는 차별화된 고음질이며, 그 음질 차별화의 뽕을 뽑고 싶다면 파이널 앱에서 8K Sound+를 꼭 켜두시기 바랍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조금 줄어들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ZE8000과 ZE8000 MK2를 MK1과 MK2로 표기하겠습니다. 8000 숫자 때문에 보기에 헛갈리니까요. (-_-)
*ZE8000 MK2는 밸런스형 이어폰
첫 인상부터 확실히 드러납니다. MK2의 소리는 MK1보다 저음이 약해졌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MK1에서 흘러넘칠 만큼 풍만했던 저음을 적당히 강하게 들릴 정도로 조절한 것입니다. 저음의 기본 속성은 MK1과 유사한데 저음 펀치가 더 짧게 끊어서 치는 타입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고.중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ZE8000 고유의 높은 소리 해상도와 자연스러운 음색은 여전합니다. 단, MK1보다 투명하고 세련된 인상의 소리라서 근본적인 업그레이드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취향 차이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MK2의 고.중음이 더욱 굵고 선명하므로, 거대하고 따뜻한 저음을 중시한다면 MK1이 더 마음에 들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쉽게 말하면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ZE8000은 저음형이고 ZE8000 MK2는 밸런스형이다."
*취향을 타지 않는 진짜 고해상도 8K 사운드
예전의 MK1 리뷰에서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 제 생각에 ZE8000이 취향을 타는 이유는 '저음'입니다. 스마트폰과 페어링해서 처음 소리를 들으면 아주 선명한 고음부터 즉시 감지되는데, 곧 거대하게 둥둥거리는 저음이 몰려오면서 흐릿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제작자가 8K 사운드를 표방하면서 소리의 해상도를 극도로 올릴 때, 고음 뿐만 아니라 저음과 초저음까지 쭈욱~ 올린 것입니다. 마치 파이널의 초고가 이어폰 '피아노 포르테' 시리즈의 저음 울림 효과가 무선 이어폰에 적용된 듯합니다. 또한 체감되는 주파수 응답 형태도 초고음과 초저음만 크게 올린 U 모양이 떠오릅니다."
이 문단을 MK2 리뷰에서는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아주 선명한 고음에 놀랄 뿐만 아니라 중음도 매우 맑게 들리며, 저음과 초저음의 흐릿한 울림이 사라지면서 '약간 포근한 기운이 있는 단단하고 힘찬 저음'이 됐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취향을 타지 않는 진짜 고해상도 8K 사운드가 된 것입니다. MK1이 흥미롭고 과격한 작품이었다면, MK2는 유저들의 반응과 개발자의 경험을 조합해서 차분하고 안정적인 작품으로 나온 듯합니다. 또한 S/N 수치를 더 좋게 만들었다는데 실제로 그런 모양입니다. 소리의 잔재가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 최대 음량도 5dB 상승했다고 합니다.
ZE8000 MK2는 음악 듣는 재미와 고해상도의 경험에서 '무선 이어폰의 혁신'이며, 고급형 유선 이어폰들과 비교해도 레퍼런스 등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MK1에 대해서는 '레퍼런스 이어폰이 아니다!'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MK2는 훌륭한 레퍼런스 이어폰이라고 생각합니다. (레퍼런스 - Reference - 기준을 찾을 때 참고하는 것) 이 제품은 디지털 하이파이 오디오 플랫폼으로서 무선 이어폰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MK2로 오면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튜닝으로 더욱 발전된 고해상도 사운드를 만들어냈으니까요.
*좋은 드라이버 + 충실한 부품 + 소프트웨어 사운드 튜닝
그래도 제품의 하드웨어 구조는 MK1과 거의 동일하므로 MK1의 리뷰에서 설명했던 부분과 저의 생각을 그대로 올려둡니다. ZE8000 시리즈는 고품질의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충실한 부품을 지녔으며 소프트웨어 사운드 튜닝으로 완성되는 무선 이어폰 제품입니다. 겉모양이 특이하지만... 음질을 위하여 드라이버, 배터리, 회로 파트를 각각 분리한 디자인이라서 그런 것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드라이버에는 f-CORE for 8K Sound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약 13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인데 제조 공정에서 접착제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 방식이 소리 왜곡율을 크게 낮춰주었다고 하네요. 드라이버가 내장된 하우징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그 뒤쪽의 둥근 하우징과 막대 하우징 속에는 각종 부품이 들어 있습니다. 내부에서 클래스 AB급 앰프가 동작하며 박막 고분자 적층 콘덴서(폴리머 멀티 레이어 커패시터, PMLCAP)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FIR 필터와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기술을 조합하여 놀라운 해상도의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이어폰 속에 DSP를 포함한 회로와 앰프를 담는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은 디지털 오디오의 새로운 개척지일지도 모릅니다. 파이널 ZE8000은 하이 퍼포먼스의 드라이버와 콘덴서를 탑재했고 소프트웨어로 소스 품질을 다듬으며 고품질의 앰프로 시그널 증폭까지 처리하는 '무선 하이파이 오디오 플랫폼'과도 같습니다. 저의 비교 청취 결론으로 볼 때 이 제품은 DAP의 헤드폰잭에 끼운 유선 이어폰과 동급의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ZE8000은 디지털 오디오 기술과 부품의 힘으로 초고음과 초저음을 쭈욱~ 확장한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입니다."
*첫 인상은 선명한 고음! 그 다음은 안정감, 고밀도, 새로움
저는 아이폰 13 프로에서 AAC 코덱으로 애플 뮤직 무손실 재생 중입니다. ZE8000 MK2의 소리에는 오디오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장점이 많은데요. 첫 인상을 예로 든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굉장히 선명한 고음' 때문에 놀랄 것입니다. 이것은 밝게 강조된 고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깨끗하고 시원하며 초고음 영역까지 도달하는 '고품질의 고음'입니다. 에어팟 프로 2세대를 포함한 다수의 무선 이어폰들과 비교 청취해봐도 ZE8000 MK2는 다른 영역의 고해상도를 제시합니다.
MK1은 주로 고음에서 고해상도를 뽑아내지만 MK2는 고.중.저음의 모든 영역에서 고해상도를 낸다는 점이 새롭습니다. 소리의 디테일 묘사 능력과 음을 세밀히 분리하는 능력까지 모두 갖췄습니다. 좋은 품질의 유선 이어폰에 헤드폰 앰프를 더해서 듣는 듯한 안정감과 고밀도의 소리를 무선 이어폰에서 듣고 있습니다.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여태껏 놓치고 있었던 소리를 새로 발견하는 기분이 나옵니다. 이것이 꽤 비싼 가격과 막대기 모양의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을 사게 되는 이유입니다.
*웅장하고 넓은 초저음 + 묵직하고 단단한 높은 저음
저음의 해상도를 최대로 올리려면 저음의 양부터 든든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것은 MK1보다는 줄어들었지만 MK2에서도 준수되는 파이널의 규칙(?)입니다. 웅장하고 넓게 펼쳐지는 초저음이 있으며 높은 저음의 펀치도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저음의 울림에서 잔재가 크게 줄어들어 명료한 인상이 강하고 응답 속도까지 빨라진 듯합니다. 초저음이 귀 아래로 깨끗한 레이어를 형성하는 가운데 약간 강조된 높은 저음이 깊고 강한 타격을 만듭니다.
저는 공연장의 대형 스피커처럼 거대하게 울리는 MK1의 저음을 선호하지만, MK2의 정교하게 설계된 저음은 더 많은 유저들의 심장을 때려줄 것입니다. 깊은 어퍼컷 펀치처럼 중후한 무게의 저음이며 짧고 간결하게 치는 펀치는 아닙니다. 매우 레퍼런스답게 튜닝된 소리이지만 근본은 역시 '홈 오디오'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 오디오 세계의 레코딩 스튜디오가 아니라, 적절한 룸 튜닝과 좋은 서브 우퍼를 갖춘 집의 오디오 시스템이 떠오릅니다.
*이것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헤드폰 앰프의 세트인 듯
저에게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헤드폰 앰프의 조합은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밸런스드 아머처(BA) 드라이버가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특유의 고밀도와 고체에 가까운 질감으로 귀 속을 가득 채워줍니다. ZE8000 MK2는 무선 이어폰 형태를 한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헤드폰 앰프의 세트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무선 이어폰들보다 더욱 보강된 앰핑 파워가 소리의 밀도를 크게 올려주며 탄력이 강한 고체의 질감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 물건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블루투스 연결임을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뭔가 마음이 안정되고 여유로워지는 심리적 효과를 얻게 됩니다. 소리의 특정 영역이 허술해지거나 비어있거나 흔들리는 듯한 여러 감정적 불안이 싹 사라집니다. 이는 라우드 스피커를 구동할 때 앰핑이 넉넉히 들어가는 소리에서 느끼는 안정감과도 같습니다. 음악에서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가 더욱 두터워지고 온도를 느낄 수 있으며, 높은 저음의 펀치와 초저음의 진동이 밑바닥부터 가득하게 차오르는 듯한 기분입니다.
*무선 이어폰에서 접하는 정통 오디오, 표준형 소리의 감흥
제가 비싼 무선 이어폰을 지목할 때마다 언급하는 B&W와 B&O 제품을 잠시 짚어두겠습니다. 이들과 비교한다면 파이널 ZE8000 MK2는 정통 오디오에 가깝습니다. B&W와 B&O의 고급형 무선 이어폰들은 화사한 고음과 포근한 저음이 있으며 소리의 맛 좋은 양념이 풍부해서 누구나 즐겁게 들을 수 있습니다. ZE8000 MK2는 이러한 양념을 배제하고 오로지 소리 자체의 선명함으로 승부합니다. 플랫 사운드는 아니고 고.중.저음이 각각 잘 들리도록 만들었는데, 청취 범위를 초고음과 초저음의 영역까지 확장해서 훨씬 품질 좋은 TV로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귀 속에서 연출합니다. 굉장히 선명한 영상과 고급 TV를 처음 접하는데 TV 화면 자체의 색상 필터나 특수 효과는 없는 셈입니다.
그래서 놀랍게도(?) ZE8000 MK2는 특정 음색이나 특정 강조 포인트가 없는 '표준형 소리'의 인상을 줍니다. 그러면서 소리의 모든 부분이 훨씬 선명해지는 것이니 올라운더(All-rounder) 이어폰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음악 장르 매칭을 생각해보면 음색의 변화가 아니라 소리의 형태 변화가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든 간에 초고음이 더 살아나고 저음 펀치와 초저음 울림이 커집니다. MK1은 저음의 흐릿한 기운 때문에 어떤 음악이든 고음이 포함된 음악을 들으라고 권했지만, MK2는 중.저음 중심의 음악에서도 고해상도를 느낄 수 있으며 고음이 포함되면 아주 시원한 감각까지 추가됩니다.
일반적인 청취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ZE8000 MK2를 스마트폰 페어링해서 듣기 시작하는 순간 '어? 뭐야! 이어폰 소리가 시원하면서도 따뜻하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어폰의 소리에서 고음과 저음이 유난히 선명하게 들리는데 설명이 어렵다면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저도 MDR-E888과 MX400을 쓰다가 CM7을 사서 비교 청취했을 때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금은 ANC 무선 이어폰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