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美 제재에도 지난해 매출 2020년의 79%까지 회복하며 부활
화웨이에 사망선고 내린 美
미국 정부는 2020년 8월 자국 소프트웨어와 기술, 장비를 조금이라도 활용한 외국 반도체 기업은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제재 조치까지 내렸다. 이 조치들로 화웨이는 스마트폰, 랩톱, 태블릿PC, 스마트TV, 이동통신기지국, 통신장비, 서버 등 모든 주력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첨단 반도체 부품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말 그대로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었다.
“정상 궤도에 거의 다 올라”
그런 화웨이가 기적처럼 2023년 매출 7000억 위안(약 127조6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3년 전 매출(2020)의 78.5%까지 회복했다. 후허우쿤 화웨이 순환회장은 자사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우리는 수년간 노력 끝에 폭풍우를 이겨냈고 정상 궤도에 거의 다 올랐다”며 부활을 선언했다. 후 회장은 “통신 인프라 사업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스마트폰 분야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中 반도체 굴기 최대 수혜 기업
화웨이 매출이 크게 늘어난 다른 요인은 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이다. 화웨이는 2022년 R&D에 1615억 위안(약 29조7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매출의 25%에 달하는 금액이다. 화웨이의 매출 대비 투자액 비율은 삼성전자보다 3배 많다. 삼성전자의 2022년 R&D 지출액은 매출의 8.2% 수준인 24조9192억 원이었다.
R&D 역량이 화웨이가 가진 진짜 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화웨이의 지난 10년간 R&D 투자액은 총 9773억 위안(약 179조6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직원 20만 명의 절반이 R&D 분야 인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화웨이가 보유한 특허는 12만 개에 이른다. 특허 라이선스 계약 거래로 5억6000만 달러(약 7400억 원) 매출을 올렸다. 특히 화웨이는 지난해 기준 5G 표준 필수특허 출원 세계 1위 기업으로, 점유율이 15%다. 2위가 퀄컴(11%), 3위가 삼성전자(8.8%)다.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2022년 화웨이에 보조금으로 지급한 액수만 65억5000만 위안(약 1조2000억 원)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조성한 육성 자금 300억 달러(약 39조6000억 원)의 대부분이 화웨이와 관련 계열사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12개 반도체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피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비밀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화웨이는 7㎚ 칩에 이어 5㎚, 3㎚ 칩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EUV 이어 DUV도 막혀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부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서둘러 ASML의 DUV 노광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 규제를 더욱 강하게 시행할 전망이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개발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강력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화웨이의 부활을 막고자 각종 제재 조치를 추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