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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은 왜 이렇게 널을 뛸까. 우선 기후위기 탓이 크다. 성장기 가뭄, 수확시기 장마, 이상고온으로 인한 병충해 등이 농촌을 직격하면서 매해 농산물 수확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됐다. 사과의 경우 봄철 이상고온으로 꽃이 일찍 핀 뒤 한파가 몰아치는 바람에 꽃이 죽어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 탓이 컸다(〈시사IN〉 제852호 ‘기후위기의 무서운 풍경, 2070년 사과 소멸 시나리오’ 기사 참조).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을배추·무·콩·사과·배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428t으로 지난해(56만6041t)보다 30.3% 줄었다. 배 생산량도 26.8% 줄었고, 가을배추 역시 8.1% 감소했다. 기후위기와 함께 농가 고령화 등으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도 원인이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과나 배의 생산량이 26~30% 줄었다는데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그보다 훨씬 크다. 앞서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 조사에서도 사과와 귤은 전년보다 70% 이상 비싸졌다. 생산량 감소의 폭과 물가상승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유통비용률’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비자 구입비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소비자가 채소를 1000원에 구매했을 때 농가에 간 돈이 700원이고 유통과정에서 300원이 들었다면 유통비용률은 30%다. 유통비용은 직접비(포장비·하역비·운송비·상장수수료 등), 간접비(임대료·제세공과금 등), 이윤으로 나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유통비용률은 49.7%다. 봄철을 앞두고 한창 출하가 진행되는 딸기의 2022년 유통비용률은 46.3%다. 소비자가 1만원에 딸기를 사면 농민이 5370원을 갖고 나머지 4630원이 유통비용으로 잡힌다. 딸기는 양반이다. 사과의 유통비용률은 62.6%, 감귤은 61.9%다. 월동배추는 56.3%, 월동무는 75.7%에 달한다. 무겁고 이파리가 상하기 쉬운 배추나 무는 유통비용이 더 많이 든다.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 이후 다시금 농산물 유통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산지에서 밥상까지, 유통 과정에서 적잖은 비용이 들어 농산물 값이 오른다는 지적은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복잡다단한 유통 과정에서 과연 어느 ‘단계’가 문제인지는 모호하다.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가 있다. 농산물 경매제도다. 경매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물가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을까. 현장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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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은 국내 최대 농수산물 거래시장이다. 연간 거래 물량이 약 230만t, 거래금액이 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직거래 시장이 커졌다고 하지만, 농산물 온라인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중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을 거쳐 판매되는 금액이 1조원이 넘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가락시장의 기능은 농산물 가격의 ‘기준’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바로 ‘경매’를 통해서다. 가락시장의 ‘경락가(경매 낙찰가)’가 다른 도매시장은 물론 여러 온라인 유통업체에서도 참고하는 기준이 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가격 발견 기능’이라고 한다. 당연히 물건이 귀하면 값이 오르고 넘쳐나면 값이 싸진다. 그리고 이런 구조가 나중에 문제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경매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행정 당국은 도매시장 법인에 전권을 부여했다. 농산물을 경매하려는 출하자는 오직 ‘도매시장 법인’을 통해서만 거래에 나서도록 법으로 정했다. 도매시장 법인은 출하자로부터 일정한 수수료(최대 7%)를 받고 수익을 남긴다. 경매를 통해 1만원을 번 농민은 최대 700원을 수수료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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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제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가격 급등락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날그날 시장에 출하된 농산물의 물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다 보니 폭등과 폭락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이런 구조다. 배추 농사가 전국적으로 흉년인 가운데 다행히 잘된 곳이 있다고 치자. 물건이 귀하니 자연스럽게 경락가는 높아진다. 그럼 일정한 규모의 보관 창고를 갖춘 출하자나 산지유통인(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도매시장에 보내는 사람)으로서는 가급적 늦게 시장에 물건을 내놓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유통 물량이 줄어드니 가격은 더욱 오른다. 다수 농가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가운데 이익은 소수에게 돌아간다. 유통 물량이 줄었다 해도 경락가가 급등한 만큼 수수료를 받는 도매시장 법인으로서도 손해 볼 일이 없다. 반대로 가격이 폭락하면 어떻게 될까. 포장비며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시장에 물건을 내놓을수록 손해를 보는 이들이 생겨난다. 이런 농민들은 차라리 밭을 갈아엎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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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을 제외한 가락시장 5개 민간 도매시장 법인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매우 안정적이다. 2017년에 17.7%였고, 2021년에는 22.1%를 기록했다. 수수료로 10억원을 받으면 약 1억7000만~2억2000만원이 이익이었다는 이야기다.
수익이 안정적이다 보니 현재 이들 도매시장 법인의 주인은 엉뚱한 이들이다. 대아청과는 호반프라퍼티와 호반건설이 대주주이고,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서울청과는 고려제강이 대주주다.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가 대주주로 있다. 중앙청과의 대주주는 부동산개발 회사인 태평양개발이다. 모두 농업과 관계없는 곳들이 도매시장 법인을 사들였다.
이처럼 경매제와 이를 독점 운용하는 도매시장 법인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대안이 등장했다. ‘시장도매인’이라는 제도다.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경매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동네 마트 등 소매상에 판매하는 이를 시장도매인이라고 부른다. 중도매인 단계가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경매제의 유통단계가 4단계인 데 비해 시장도매인제는 3단계로 줄어든다.
경매 대기시간이 사라지고 유통단계가 주는 만큼 비용도 절감된다. 최종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21년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자료(‘도매시장 거래제도 다양화에 따른 사회적 편익 분석’)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인한 비용 절감액이 24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감액에는 각종 물류비용, 중도매인 이윤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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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공영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 경매제 아래에서는 가격 등락폭이 심해 상품의 안정적 판매가 저해되며, 물량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격이 예측 가능하고 거래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를 선호한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 제도를 병행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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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년 전에 국내에 도입된 시장도매인 제도가 왜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고 있을까. 제도 도입의 키를 쥔 농식품부의 미온적 태도 탓이 크다. 농식품부는 최근 농산물 가격 폭등 이후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요구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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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생산량은 연평균을 인용하고
가격 상승율은 월평균 가격을 인용하네요
사과 생산량이 최근 들어서 급감한 경우
연평균 감소량은 크지 않지만 월평균 가격은 급등합니다.
생산량 감소 대비 가격상승이 과도 하다는 결론을 내려면
동일 기간의 통계를 인용해야 할겁니다.
1달간 과일 생산량이 얼마나 줄었는데 그에 대비하여 한달간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봐야죠
1년간 과일 생산량이 얼마나 줄었는데 한달간 가격이 얼만큼 올랐다고 분석하면
좀 이상합니다.
농업은 산지의 공급이 5~10%만 줄어들어도 두배 혹은 그 이상 오를 만큼 가격 탄력이 큽니다. 냉해나 풍수해로 2~30% 정도 바이든 해 버리면 아예 도매인들도 살 엄두를 못냅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양이 있습니다. 맛이 간 작물을 공급이 부족하다고 거르고 걸러도 상품 수준이 되는 건 소수가 되게 되거든요. 이럴 때는 폐기율도 높습니다. 여러 연유로 발생되는 손실 부분까지 도매인이 떠맡는 만큼 가격에 반영하게 되는거죠.
다만, 이를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추 쪼가리가 2~4천원 하던게 만원 만오천원씩 하게 되니 어이가 없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