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개팅해서 제 맘에 드는 사람이 나온 건 한번 뿐입니다.
제 수준과 비슷한 사람이 나왔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요.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몰랐고요.
이런저런 조건을 말하면 속물일까봐
주선자에게 아무 요구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만나도 신상을 물어보지 않았어요.
직업이 회사원인 정도만 어렴풋하게 알지 나이 빼곤 암것도 몰랐어요.
묻지 않으니 별 얘기 없더라고요.
아는 언니 얘길 들어보니 자긴 "다 필요없으니 잘생긴 사람 소개해 달라." 이랬대요.
어떻게 그런 요구를 하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언니 남편은 잘생기지 않았음)
저도 그랬다면 어땠을까요?
어쨌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아무 요구를 안해서 실패한 듯요.
젤 마지막에 우연히 맘에 드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내가 이런 걸 좋아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이 통하고 자격지심이 없고 관대한 사람을 좋아했더라고요.
대충 인성을 본다는 어필을 하면 외모는 후순위로 밀리고 누가봐도 착한데 이성적 매력은 덜한 사람을 소개시켜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냥 애초에 조건을 말씀 안하신 게 훨씬 잘하신 걸 꺼에요.
관대하단 조건은...
옛날에 사귀었던 분한테 늘 혼나는 기분이 들어서 헤어졌는데요. 그때도 관대하단 단어가 떠오르진 않았어요.
관대한 사람을 만나니 비로소 이게 관대한 거구나 깨달았지요.
제 경험으로 조건을 말한다고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건 아니었어요.
연인이자 친구이자 남편으로...
어쨌든 전 조건을 말해본 적이 없어서 주선자가 생각하는 적당한 사람을 만났고 잘생긴 사람은 만난적이 없;;;
살아보면 깨닫는거지만, 잘생기고 예쁜건 한순간이죠.
제일 중요하고 둘의 미래를 결정하는건 말이 통하는 사람이냐 아니냐입니다.
답답한 쑥맥이거나.
그래도 신경 쓰는 건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을 때랑은 다르죠.
쟤는 외모에 신경 안 써, 할 때 소개해주는 사람하고
쟤는 신경 써, 이럴 때 소개해주는 사람은 다르니까요.
저도 까다로운 선배에겐 예쁜 사람만 소개했거든요. 안 그러면 싫어할게 뻔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