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구성품으로 LSX II와 동일한 리모컨이 들어 있습니다. 제가 이제서야 확인한 점인데, 이 리모컨의 버튼 중에서 좌우 화살표는 곡 넘기기가 아니라 '입력 전환'입니다. KEF 커넥트 앱에서 입력 전환하는 것보다 리모컨 버튼을 눌러서 전환하는 게 훨씬 편리하네요. (-_-)
사용 방법 - KEF 커넥트 앱이 모두 해결한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이야기는 제품 리뷰어만 겪는 일이며 유저 여러분은 겪으실 일이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 제품을 빌린 시기는 제품 출시 예정일보다 훨~씬! 이른 날짜였습니다. 그래서 LSX II LT는 아직 'KEF 커넥트(KEF Connect)' 앱에 등록되지 않았으니 첫 사용부터 벽에 막혔습니다. 수많은 기능을 앱으로 지원해주는 미래형 네트워크 스피커인데 전용 앱을 쓸 수 없다니! 그런데 엉뚱하게도 여기에서 LSX II LT의 장점(?)을 발견해버렸습니다.
룸 EQ 설정과 펌웨어 업데이트를 건너뛰어도 된다면 앱이 없어도 멀쩡히 사용할 수 있더군요. (-_-) 네트워크는 랜 케이블을 끼워서 유선으로 쓰고, 룸 EQ 설정은 기본으로 두고 듣는 것입니다. 앱이 아닌 리모컨의 입력 전환으로 블루투스, USB를 포함한 나머지 입력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LSX II와 연동해서 사용했던 KEF 커넥트 앱의 룸 EQ 설정 화면입니다."
그러나! 제품 출시 후 구입하는 유저 여러분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KEF 커넥트 앱부터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KEF Connect'로 검색) 첫 사용이라면 이메일 주소와 비밀 번호를 통한 회원 가입이 필요하며 이메일 인증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LSX II LT의 모든 기능과 설정을 쉽게 다룰 수 있으며 다른 기기에서도 계정을 통해 설정값이 유지되어서 아주 편리합니다. 각종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의 연동, 그리고 스피커를 두는 공간의 특성에 맞춰서 소리를 조정하는 룸 EQ 기능도 KEF 커넥트 앱에서 제공하므로 앱 사용이 필수나 다름없습니다.
LSX II에서도 3.5mm Aux 아날로그 연결은 가장 적게 쓰이는 입력입니다. 이것만 빼면 LSX II LT도 모든 오디오 재생 방식을 지원합니다. 특히 최대 PCM 192kHz / 24bit의 고해상도 USB 입력 지원은 PC 스피커로도 유용하니 더욱 큰 장점이 됩니다. 네트워크 재생에서는 DSD와 PCM 384kHz / 24bit까지 매우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는데 좌우 채널 연결에서 PCM 96kHz / 24bit로 리샘플 재생합니다. 그래도 음질이 훌륭하며 폭넓은 파일 해상도와 형식을 지원하니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제품으로는 최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선 재생 규격은 에어플레이 2, 크롬캐스트, UPnP, Bluetooth 5.0을 지원합니다.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포티파이 커넥트, 타이달 커넥트, 아마존 뮤직, Qobuz, Deezer 등이 있으며 인터넷 라디오와 팟캐스트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유선 랜을 연결하고 아이폰에서 에어플레이로 애플 뮤직을 감상했습니다. (무손실 ALAC) 그리고 맥 미니와 USB 연결을 해두고 영화를 볼 때 PC 스피커로 사용합니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로 재생해도 여전히 좋은 소리를 내지만, 더 충실한 감상을 위해서 유선 랜이나 Wi-Fi를 통해 에어플레이, 크롬캐스트 등으로 듣기를 권하겠습니다.
SOUND
KEF LSX II LT는 LSX II와 동일한 '11세대 Uni-Q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중.저음을 재생하는 마그네슘 알루미늄 합금 콘의 중앙에 알루미늄 돔의 트위터를 배치한 동축 구조입니다. 내장 앰프의 출력은 총 200W로 5~40 제곱미터의 공간에 적당하다고 합니다. (채널당 저음 70W, 고음 30W로 스테레오 재생, 클래스 D)
"LSX II LT의 메인 스피커 내부 구조입니다."
룸 EQ 설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책상 위에 스피커를 두고 감상하는데요. 저는 LSX II를 리뷰할 때에도 룸 EQ 설정을 모두 확인해본 후 다시 끄고 들으면서 감상문을 썼으니 같은 상태인 셈입니다. 작은 방 안에서 65~70dB 정도 볼륨으로 재생하고 있으며, 거실에서 90dB 이상으로 크게 틀고 듣는 것이 아님을 참조 바랍니다. 데스크탑에서 좌우 스피커를 가까이 두고 듣는 니어필드 리스닝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LSX II보다 더 따뜻하고 편안하지만 역시 LSX II의 소리
소리 감상 결과는 여러분도 짐작하실 듯합니다. LSX II LT는 LSX II와 기본이 동일한 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LSX II보다는 고음이 덜 샤프하고 중.저음의 잔향이 더 많이 생성됩니다. 짐작하건대 LSX II와 LSX II LT는 주파수 응답 측정이 거의 똑같게 나오겠지만, 실제 비교 청취에서는 아무래도 LSX II LT의 소리가 조금 풀어지고 포근한 느낌이 들 수 있겠습니다. LSX II보다 특히 고음이 부드러운 편이며, 제가 사용해본 다른 액티브 스피커들을 생각해봐도 아주 따뜻하고 편안한 소리에 속합니다. 프로 오디오와는 완전히 담을 쌓은, 처음부터 홈 오디오를 위해서 설계된 사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LSX II LT의 소리는 LSX II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저는 LSX II를 다시 한 번 듣고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LSX II의 소리는 좋습니다. 예전에 글로 남기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군요.
*음악의 요소를 골고루 나눠서 펼쳐주는 사운드 이미지 능력
LSX II 시리즈의 핵심적 강점은 명료한 사운드 이미지 - '음상'이라고 생각합니다. LSX II LT에서도 이 점이 그대로 나옵니다. 소리의 높은 해상도, 낮은 왜곡율,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음악 속의 요소가 각자의 뚜렷한 위치에서 발견됩니다. 드라이버 진동판 중앙에 있는 트위터의 성능이 높으며 중.저음과 거의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축 배치의 강점일 텐데요. 고요한 바탕에서 퍼커션 연주가 이뤄지는 음악을 들으면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맑은 사운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어폰 헤드폰에서는 '음 분리 능력'이라고 부르는 특징인데, 라우드 스피커에서는 좌우 스피커 사이와 바깥쪽 영역이 하나의 연주 공간이 되며 그 속에서 보컬과 악기의 위치가 정확히 형성되어야 합니다. LSX II LT는 이 능력이 매우 좋습니다.
사운드 이미지 효과를 확인하는 재미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큰 규모의 악단 연주가 포함된 곡을 듣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군악대 연주를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면 뮤즈(Muse)의 Simulation Theory 음반의 디럭스 버전에는 UCLA Bruin Marching Band의 연주로 리믹스된 'Pressure'가 있습니다. 수많은 관악기와 타악기의 소리가 정신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매튜 벨라미의 보컬까지 나오는데, LSX II LT의 사운드 이미지는 이 모든 것을 골고루 나눠서 청취자의 앞 공간에 쫙 펼쳐줍니다.
*아무리 오래 들어도 지치지 않는다
저음이 웅장하고 넓게 펼쳐집니다. 짧고 단단한 성향과는 반대로, 저음 펀치가 약간 길고 느릿하며 타격의 끝부분이 말랑할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오랫동안 들어도 귀와 두뇌가 지치지 않는 아주 편안한 저음입니다. LSX II도 그랬지만 LT는 카페 음악에 더욱 더 어울리겠습니다. 고.중음도 청각을 찌르지 않도록 세심하게 연마되어 있어서 수 시간씩 틀어두고 있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그보다 이 스피커 자체가 ASMR 효과를 지닌 셈이라서 계속 듣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긍정적 기운을 주기도 합니다.
*스위트 스팟이 없음 + 공간이 넓은 소리
LSX II 시리즈의 트위터는 고음을 집중하지 않고 스피커 앞으로 넓게 퍼트려주는 물리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적의 소리가 들리는 지점 - 스위트 스팟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LT는 고음의 선이 가늘고 화사한데 이것은 LSX II와 거의 동일한 특징이지만 조금 더 온화하게 가라앉은 느낌이 듭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공간이 넓은 소리를 만듭니다. LSX II보다는 포근하고 느릿하지만 초저음이 깨끗한 레이어를 형성하면서 넓은 공간 형성에 한 몫을 합니다. 이는 영화 감상용으로 쓸 때 특히 좋은 특징입니다. 넓은 거실에서는 서브 우퍼 추가를 권하겠으나, 일반적인 넓이의 방 안에서 TV와 함께 쓴다면 좌우 스피커 만으로도 듬직한 초저음 울림을 경험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 목소리의 감촉을 다듬고 체온을 더한다
보컬이 앞으로 조금 더 나오는 느낌이 듭니다. 중음 영역을 딱히 강조하지는 않았으나 낮은 중음의 선이 굵으며 무척 고운 질감을 냅니다. 룸 EQ 설정에 따라서 달라지겠으나 기본 상태에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들을 때에는 이렇습니다. 좌우 스피커 사이에 가수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주며 더욱 두텁고 온기가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람 목소리에서 치찰음의 거친 느낌을 매끈하게 다듬고 체온이 섞인 호흡을 더 강조하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쳇 베이커의 목소리와 트럼펫 연주를 모두 포근하고도 맑게 들려주는 스피커라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음악 장르 매칭은 '즐거운 음악'!
이러한 특징은 이어폰 헤드폰으로 치면 주파수 응답 형태에서 높은 중음을 낮추고 살짝 밝은 고음과 따뜻한 저음을 넣어둔 것과도 같습니다. 이 스피커의 음색은 모든 음악 장르에서 동일하게 공명합니다. 'KEF LSX II LT가 곧 음악 장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맑은 느낌을 받는데, 모두 가느다란 선의 세밀한 고음과 푹신한 쿠션 같은 중.저음이 적용됩니다. 자신이 만든 뮤직 플레이리스트가 '진지한 음악'과 '즐거운 음악'으로 나뉜다면, LSX II LT는 단연코 '즐거운 음악'에 어울리는 스피커입니다. 팝과 댄스 쪽으로 파티 뮤직을 재생한다면 아주 잘 어울릴 것입니다. 그리고 평소의 생활 속에서는 다양한 곡을 배경 음악처럼 계속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소리샵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