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가격의 이어폰이지만 뚜렷한 소리 특색이 없으며, 사용하기 편하고, 디자인도 그리 튀지 않는다. 한 번만 아찔하게 지른 후 이어폰 관리에 신경 써준다면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모든 종류의 음악을 압도적인 소리로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PMG Audio는 폴란드 IEM 메이커 커스텀 아트(Custom Art)의 대표인 Piotr Marek Granicki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하이엔드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제품은 단 하나 - 'Apx'라는 이어폰인데 세계에서 25개만 판매되며 국내 가격은 999만원이 될 예정이다. '에이펙스'라는 이름 그대로 정점을 찍는 듯한 가격표가 붙었는데 일단 소리만 따진다면 새로운 차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제품 디자인과 구성품 등을 본다면 가격이 과도하지만, 적어도 소리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것들이 많다.
Apx를 만든 커스텀 아트 대표의 관점을 잠시 상상해본다. 그 자신도 Apx의 소리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한국어를 통해서 표현(-_-)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제품 리뷰를 빙자한 'PMG 오디오 Apx의 소리 해석문'이며, '인이어 모니터 세계의 한계 돌파를 또 목격한 사람의 경험담'이 되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소리의 이어폰은 퍼 오디오 라돈 6 (Fir Audio Radon 6)였으나 PMG 오디오 Apx는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었다. 퍼 오디오 라돈 6 리뷰를 올린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짜릿하니 휴대 음향 리뷰를 그만둘 수가 없다.
나무 상자 속의 수수한 이어폰
시작부터 확실히 해두고 싶다. PMG 오디오 Apx는 소량 한정 생산과 새로운 수준의 소리로 초고가 품목이 됐다. 소리 말고 다른 부분의 소장 가치를 원한다면 굳이 큰 돈 들여서 컬렉션할 만한 제품이 아니다. 사진으로 보이듯이 패키지와 액세서리가 초고가 품목의 기본 예의(...)만 지키는 수준이다. 이어폰과 케이블의 외형도 수수한 편이며 구성품은 묵직한 우드 박스와 하드 케이스, 금속 케이스, 이어팁, 가죽 줄감개, 교체형 플러그가 있다. 그리고... 딱히 중요하지는 않지만(?) Apx의 제작 날짜와 대표의 서명이 담긴 인증서가 우리 어릴 적에 받았던 표창장처럼 들어 있다.
여러분이 이 물건을 거침없이 구입한다면 아마도 지퍼 방식의 하드 케이스를 주로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Apx 자체는 일반적인 인이어 모니터 디자인이며 기본 케이블도 그리 무겁지 않아서 훨씬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별도로 미니 사이즈의 이어폰 파우치를 챙겨서 쏙 담고 다니면 딱 좋다. 그렇게 매일 지니고 다녀도 수수한 외모 덕분에 이어폰 가격을 완전히 숨길 수 있으니 마음이 아주 편하다! (...)
PMG 오디오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Apx의 기본 케이블은 오메가(Omega)라는 이름의 고급 제품이며 그래핀 코어와 은동 합금 선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케이블은 매우 낮은 저항 수치를 지녔으며 플러그는 아주 간단하게 2.5 / 3.5 / 4.4mm 커넥터 교체를 할 수 있다. 그냥 잡아당겨서 분리하고 핀 방향에 맞춰서 다시 끼워주면 그만이다.
이어폰 쪽의 커넥터는 2핀 규격이며 움푹 패인 형태가 아니라서 케이블 호환성이 높다. 이 정도 가격의 이어폰을 구입할 정도라면 당연히 커스텀 케이블 교체를 해볼 터인데, Apx의 소리 성향이 무음색의 레퍼런스에 가까운 편이라서 케이블의 소리 특징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난다.
커스텀 아트는 예로부터 이어폰의 쉘을 무척 얇고 작게 만들어왔다. 아무리 많은 드라이버가 들어 있어도 이어폰이 작아서 유저의 귓바퀴 안쪽에 쏙 들어가는 것이다. PMG 오디오의 Apx는 그러한 슬림 디자인에서 그나마 더 두껍게 만들어진 모양새다. 제품 설명에 드라이버 숫자가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Apx에는 밸런스드 아머처(BA) 드라이버와 다이내믹 드라이버(DD)가 내장됐으며 초고음과 초저음을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로 보강한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에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서브 우퍼를 더했으니 이어폰 쉘이 조금 두터워지고 일자로 된 베이스 포트도 마련해두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